넷플릭스가 살려냈다! 요즘 인싸 외국인들 사이에서 난리 난 'K-모자'

2025.09.09. 오전 11:55
 박물관 쇼케이스 안에 고요히 잠들어 있던 조선의 모자, '갓'이 21세기 가장 뜨거운 문화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였다. 애니메이션 시리즈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 '사자보이즈'가 갓을 쓰고 등장한 순간, 전 세계 팬덤은 열광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화면 속 검은 갓의 압도적인 실루엣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멋'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가상 세계의 열풍을 현실 세계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그 폭발적인 관심의 증거는 지금 서울의 심장부, 경복궁에서 생생하게 목격된다.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 관광객들의 물결 사이로, 칠흑 같은 검은 갓을 멋스럽게 눌러쓴 남성 여행객들이 당당하게 거니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에게 갓은 단순한 코스프레 소품이나 기념품이 아니다. 말총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섬세한 곡선의 미학을 이해하고, 조선시대 선비의 기품과 절제미를 직접 체험하려는, 한 차원 높은 '문화 경험'의 일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본래 갓은 조선시대 양반 계층의 사회적 지위와 품격을 드러내는 의관(衣冠)이었다. 신분을 상징하는 엄격한 도구였지만, 그 조형미만큼은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의 경지에 올라있다.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한 올 한 올 말총을 엮어 완성하는 갓은 장인의 혼과 정성이 깃든 공예의 정수다. 속이 은은하게 비치는 검은 망사가 주는 절제미와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 듯 유려한 곡선이 만들어내는 기품 있는 실루엣은, 수백 년이 흐른 지금의 패션 감각으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되고 현대적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갓의 부활은 필연적이었을지 모른다. 갓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영화 '킹덤'을 통해 전 세계에 'K-좀비'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제는 서울의 거리를 활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SNS 피드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갓은 과거의 박제된 상징에서 벗어나,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가장 우아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대변하는 '살아있는 아이콘'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한때는 엄격한 신분 사회의 상징이었던 이 모자가, 이제는 국적과 인종을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힙'한 패션 아이템이자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