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의 영욕을 간직한 청와대가 3년 반 만에 다시 권력의 심장부로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용산 시대는 막을 내리고 다시 '청와대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집무 공간을 옮기는 물리적 이전을 넘어,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국민과 더 가까이 가겠다며 청와대를 떠났던 지난 정부의 실험을 뒤로하고, 다시 역사의 공간으로 회귀하는 현 정부의 선택에 국민적 관심과 함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영광과 좌절을 고스란히 목도한 역사의 현장이다.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일제 총독관사를 '경무대'로 명명하며 집무실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에 의해 '청와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수많은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국가의 명운을 결정했고, 때로는 비극적인 역사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1968년 김신조 사태의 총격전부터 1979년 10·26 사태의 비극까지, 청와대의 푸른 기와는 권력의 명멸과 현대사의 굴곡을 말없이 지켜봤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권력의 중심에 위치한 탓에, 청와대는 점차 국민과 괴리된 '구중궁궐'이자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이중적 운명을 지니게 되었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청와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소통'을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포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반복됐던 '불통 논란'을 의식한 듯, 사상 첫 업무보고 생중계와 같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청와대 이전 후 대통령의 일정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방안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경호처 역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거와 같은 검문소 운영을 지양하는 등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청와대라는 공간이 주는 위압감을 기술과 제도를 통해 상쇄하고, 투명한 국정 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활한 '청와대 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집무실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퇴임은 세종시에서 할 수도 있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청와대 복귀가 국정 안정과 효율화를 위한 과도기적 조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경우, 청와대는 장기적으로 대통령의 제2 집무실로 활용되거나, 혹은 모든 기능을 완전히 내려놓고 시민을 위한 역사·문화 공원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결국 77년 만에 돌아온 청와대의 최종적인 운명은, 수도 이전이라는 거대한 국정 과제와 맞물려 또 한 번의 역사적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